고려 시대는 성에 대한 자료가 빈약하지만 『 고려도경(高麗圖經)』이나
<쌍화점(雙花店)>이라는 속요 등을 통해 당시의 성문화를 짐작할 수 있다.
『고려도경(高麗圖經)』 은 고려 인종 원년(1123년)에 송나라 사신 서긍(徐兢)이
고려에 와서 보고 들은 것을 그림과 글로 적어 놓은 책이다.
책에는 고려의 의식주, 풍속, 생활용품, 의례 등 다양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어,
고려 시대의 사회상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그중 백성과 관련한 기록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고려 사람들은 은혜를 베푸는 일이 적고 여색(女色)을 좋아하며,
쉽게 사랑하고 재물을 중히 여긴다.
남녀 간의 혼인에서도 가볍게 합치고 쉽게 헤어져 전례(典禮)를
본받지 않으니, 참으로 웃을만한 일이다.
고려 사람들의 자유로운 성문화를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이와 비슷한 내용을 풍속 부분에서도 찾을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목욕을 한 후 집을 나서며,
여름에는 하루에 두 번씩 목욕을 한다.
흐르는 시냇물에 많이 모여 남녀 구별 없이 모두 의관을
언덕에 놓고 물굽이 따라
속옷을 드러내는 것을 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지금도 목욕을 할 때 엄연히 남자와 여자가 따로 하는 것이 당연한데,
고려 시대에 남녀 혼탕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놀랍다.
오히려 고려 시대가 현대사회보다 더 개방적인 성문화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려 시대 민중들 사이에서 널리 전해진 속요(俗謠)인 고려가요(高麗歌謠) 중
<쌍화점(雙花店)>이란 작품을 보면 남녀 사이의 자유분방한 애정표현이 드러난다.
여기서 보면 주인공 여자가 회회아비ㆍ승려ㆍ용ㆍ술집아비 등을 찾아가
잠자리를 같이하는 내용으로 표현되어 있다.
첫째 연의 경우 쌍화점에 만두를 사러 갔는데, 회회아비, 즉 서역인이
손목을 잡더라 하는 것이다.
주인공 여성이 남성들과 자유롭게 연애를 하고 관계를 맺었다는 것은,
당시 사회가 여성들의 성해방이 이루어졌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고려 시대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성에 대해서 개방적이고
자유분방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성들이 남녀관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마음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성문화가 개방적일 뿐만 아니라 평등한 성 인식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